2006년 05월 24일
오페라 극장 살인사건
김전일 법칙 중 유명한 것은 '김전일은 살인사건을 막지 않는다. 오로지 트릭만 풀 뿐이다'라는 것이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첫번째 에피소드인 [오페라 극장 살인사건]을 통해 이 법칙의 실제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 장면은 김전일이 연쇄살인범의 정체가 아리모리라는 것을 눈치 채는 장면. '창턱의 진흙발자국'은 아리모리가 범인임을 가리키는 거의 유일한 증거다. 김전일은 살인범의 목적이 츠키시마의 복수라면 다음 타깃은 사오토메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 그렇다면 일단 아리모리부터 구속하고 봐야 하지 않을까? '발자국 증거'는 여관 주인이 청소하고 나면 사라질 것이고, 마침 아리모리를 구속해줄 켄모치가 곁에 있는 상태다. 이 시점에서 남은 수수께끼는 히다카의 살인 트릭과 사오토메를 죽일 방법뿐이다. 그 두 가지는 아리모리를 잡아두고 나서 생각해봐도 늦지 않잖아?
탐정물의 기본 규칙은 독자와 모든 단서들을 공유하고 두뇌 싸움을 펼친다는 것. 내가 [명탐정 코난]에 비해 [소년탐정 김전일]을 낮게 보는 것은 이 규칙을 상대적으로 더 자주 어긴다는 점 때문이다.
[오페라 극장 살인사건]의 메인 트릭은 '카게츠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보이지 않는 카게츠'라는 존재는 멤버들이 연습하고 있던 연극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의 이미지에 오버랩되어, 뭔가 신비한 일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처럼 여겨진다. 히다카와 키리유의 밀실살인도 그런 이유로 정당화된다. 그렇다면 독자가 '카게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메인 트릭을 풀기 위해서는, 히다카와 키리유의 밀실살인의 트릭부터 풀어내야 하고, 작가는 그 트릭을 풀 수 있는 충분한 단서를 주어야 한다. 하다카의 밀실살인에 대한 단서는 충분히 제시되지만,

키리유의 밀실살인에 대한 단서, '2층 창턱의 철사자국'은 김전일의 추리쇼 이전에 제시된 바가 없다. 게다가 키리유의 발자국만 남은 이유가 아리모리는 발자국이 남지 않는 잔디 위로 돌아왔기 때문이라고 김전일은 설명하는데, 너무 뜬금없지. 비 오는 날 잔디 위로 걸으면 정말 발자국이 전혀 남지 않을까? 켄모치는 명색이 경부인데 그 정도 흔적조차 조사해보지 않았단 말일까?
게다가 [오페라 극장 살인사건]은 수사물의 기본 규칙인 물증 확보의 원칙조차 지키지 않는다. 아리모리가 범인임을 설명하는 증거는 두 가지뿐. 하나는, 앞서 말한 '창턱의 진흙발자국'인데, 그때 바로 김전일이 지적하고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으니, 말했다시피 여관 주인이 청소해버렸을 거다. 나머지 하나는 '식당의 좌석 배치'인데, 아리모리가 했던 대로 "의자에서 넘어졌다고 범인이라니!" 한 마디로 일축해버리면 끝난다(실은 이 트릭 자체가 말이 안 돼. '석궁과 시계의 분실'이라는 단서에서 아리모리의 함정을 김전일이 유추해내는 과정의 비약이 너무 심하잖아. 게다가 아리모리는 본인이 버젓이 함정을 장치한 자리에 너무 순순히 앉아주지 않나?).
결국 아리모리를 법정에 세웠을 때 효력을 발휘할 증거는 하나도 없다. [명탐정 코난]이라면 이런 경우, 정황증거라도 제시하는데, 여기서는 그런 것도 없지. 자백 않고 버티면 아리모리는 무죄로 풀려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김전일의 해결책은? 알다시피 교묘한 심리 자극으로 살인범을 자살로 몰고 가는 것이다 :-)
# by | 2006/05/24 17:05 | 추리 mistery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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