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5월 28일
독만상 토론회 후기
어제 서울무역전시장에서 '만화와 돈'이라는 주제로 독만상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저의 비관적인 예상과는 딴판으로 굉장히 많은 이야기와 구체적인 수치와 정보들이 오갔습니다. 토론회에 대한 뜨거운 열의에 비하면 5시간 반의 시간과 체력이 모자랄 정도였지요.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 대여점 관련 이야기가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 불법 스캔만화 관련 이야기가 두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최근 10여 년간의 만화토론 가운데 몇 시간씩 열띤 논의가 오가면서도 저 주제에 관련한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던 것은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었습니다. 만화담론은 분명히 발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패널 중 한 분이 현재 잡지만화는 마니아 중심으로 독자층이 위축되었고, 인터넷만화가 상대적으로 그 저변이 넓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막바로 다른 패널 한 분이 잡지만화와 인터넷만화는 분리된 시장이지 어느 하나가 다른 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밝히셨습니다. 그 반박이 받아들여진 것 같기는 하지만, 반박을 하셨던 분을 포함해서 토론회장의 분위기는 그래도 만화시장에서 인터넷만화가 잡지만화보다 더 넓은 저변의 독자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고 수긍하는 것 같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제가 잘못 느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인터넷만화가 잡지만화보다 더 넓은 저변의 독자를 갖고 있다'는 것은 완전히 틀린 사실이기에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인터넷만화에서 가장 흥행작이라고 일컬어지는 강풀 만화가 회당 7, 80만의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제 토론회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스포츠신문 개그만화의 강자들 2, 3편 정도는 50만 정도의 페이지뷰에서 안정되어 있지요. '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그 독자수는 최대 2배 정도로 늘어날 겁니다(강풀 만화를 스크랩해가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하지만 이 정도의 독자를 가진 작품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한정적입니다. 파란카툰은 작품마다 페이지뷰를 공개하고 있는데 최고 히트작이 10만 회 수준입니다. 유저뷰로 환산하면 더 줄어들겠지만, 복잡하니까 그냥 10만 명이 읽고 있다고 간주하죠. 포털서비스의 어지간한 작품이 그 정도입니다.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에서 연재하는 작품들도 마찬가지여서, 이들 중 가장 인기를 모았던 [마린블루스]나 [스노우캣]의 독자도 지금은 10만 명 이하로 감소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잡지-단행본 시스템의 만화, 이른바 코믹스는 어떨까요. 대여점 1개업소에 들어간 단행본 1권은 평균 30번 정도 대여됩니다. 코믹스의 대여점 판매는 최저 1,500부, 평균 3,500부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그저그런 코믹스 1종이 대여료를 1백~3백 원씩 받아가면서 몇 명한테 읽히는지 한번 계산해보죠. 30번 * 3,500부 = 105,000명입니다. 그저그런 코믹스를 대여료를 내가며 읽는 독자의 수가 어지간한 포털서비스의 최대 히트작의 수준을 간단히 상회하고 있지요. 소위 말하는 대박작은 어떨까요. 대여점주들이 말하는 대박작을 가르는 기준은 업소당 대여회수 3백번 이상입니다. 전국의 대여점 업소수는 어제 배포된 부천만화정보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7천개 업소, 각종 대여점 단체의 추정에 따르면 6천개 업소 이상입니다. 대박작은 거의 모든 대여점에 공급된다고 가정하고 이 대박작을 대여점에서 읽고 있는 독자의 수를 추정해보죠. 300번 * 6천개 업소 = 180만 명입니다. 강풀 만화를 무료로 읽고 있는 독자의 3배죠. 이래도 잡지만화가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라면, 인터넷웹툰은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극소수 오타쿠들의 전유물이 되겠습니다 :-)
어제 참석한 패널 중 한 분은 [데스노트]를 읽고 있는 독자보다 강풀의 [26년]을 읽고 있는 독자가 더 많지 않겠느냐, 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하셨습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현실적인 통계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웅변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대박작은 대여점에서만 180만 명이 (3백원씩 내면서) 읽고 있는 것이고, [데스노트]는 '더 대박작'이므로 확실히 3백만 명 이상입니다(지하철 무가지 독자들보다 많겠군요). 포함시키기에 민망한 서점구매독자와 불법 스캔만화독자를 포함하면 [데스노트]를 읽고 있는 한국독자가 [26년]보다 열 배는 많을 겁니다. 일본만화를 예로 들어서 아쉽다면 [데스노트] 대신 [궁]을 대입시킬 수 있겠죠. 무료웹툰이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대여만화는 수익을 더 잘 낼 수 있을 겁니다. 인터넷만화에 배너광고를 달 수 있다면, 대여점 전용만화에도 광고를 넣어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겁니다. 그건 해당분야의 종사자가 고민할 문제니까 여기서는 줄이도록 하죠.
분명히 잡지만화와 인터넷만화의 상위 5개작의 한국만화가 내는 부가가치와 지명도를 생각해보면 인터넷만화 쪽이 우세일 겁니다. 미디어와 자본의 관심도 인터넷만화에 집중되어 있지요. 그렇지만, 시장규모와 독자의 저변으로 비교한다면 잡지만화의 위상이 압도적입니다. 잡지만화와 인터넷만화의 비교는 '만화와 돈'이라는 주제에 있어 별로 중요한 관건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제 토론회의 가장 중요한 취지는 '팩트의 공유'였고, 이 부분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해 그 자리에서 언급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발언권을 얻지 못했습니다. ('만화와 돈'에 관한 더 중요한 주제들에 관해서는 다음에 시간이 날 때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만화판에는 소위 '기획만화론'의 득세로 말미암아, 잡지만화에 대한 근거없는 비관론과 대안만화매체에 대한 무분별한 낙관론이 검증되지 않은 채 범람하고 있습니다. 마땅히 서사만화시장과 프로듀스 시스템에 기울였어야 할 투자(독자의 관심을 포함하여)가 괴상망측한 헤게모니에 의해 다른 영역으로 새어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만화자본이 만화독자들이 구성하고 있는 시장을 떠나는 것이 옳다고 합리화하는 논리에 대해서, 그것도 부당한 근거와 현실에 대한 몰이해와 멍청한 비약으로 점철된 논리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항의해야만 합니다. 제때에 바로 잡지 못한다면, 늦을지도 모릅니다.
# by | 2006/05/28 10:14 | 1표 attitude | 트랙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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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보도자료의 마술
강풀의 [순정만화] 책 소개를 읽다보면 이상한 구절이 하나 나옵니다. "총 페이지뷰 3200만 명, 1일 평균 페이지뷰 200만 명."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말이죠. 필경 문학세계사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꼈을 저 통계가 옳다면, [순정만화]는 고작 32일간만 연재가 되었어야 맞습니다. 그러나 보다시피 [순정만화]는 2003년 10월24일부터 2004년 4월12일까지 172일간 43회에 걸쳐 연재되었습니다. 일 평균 2백만 회......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