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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내가 이 단체에 가입했던 곳은 충무로 지하철역이었다.

역 구내에서 아동학대방지 관련법제정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었는데, 예전부터 아동학대 문제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선뜻 서명에 응했다. 서명을 하는데 아동학대예방센터 후원금을 받는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 해도 길거리삐끼는 싫었지만, 안 그래도 굿네이버스의 정기후원에 가입할 생각이 있었고 서명에 굿네이버스 명의가 들어 있었기 때문에, 같은 후원이냐고 확인차 물었다. 질문과 답변에 좀 혼선이 있었지만 내가 생각한 후원과 그쪽에서 받는 후원이 같은 것이라는 답변을 받고, 그렇다면 가입하겠다고 말했다. 후원금은 월 3천 원부터 받는다기에 나중에 서서히 늘려나갈 생각으로 3천 원으로 신청을 했다. 신청서를 작성했더니, 신청서만 작성하면 나중에 항의하는 사람이 많아서 온라인으로도 직접 입력해야 된다며 근처에 설치돼 있던 이동 인터넷 코너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럴 거면 뭣 하러 서면신청을 받았느냐 싶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따라나섰다. 온라인으로 직접 입력하라며 인터넷 코너로 나를 데려온 그 사람은, 내가 화면이 제대로 안 보이는 위치에서 서면신청서의 항목들을 자기가 입력해넣었다. 찝찝했지만 역시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한 달 후, 핸드폰 고지서에 뜬 후원금 명의는 굿네이버스가 아니라 세이브더칠드런이었고, 월 3천 원이 아니라 월 5천 원이었다. 상당히 기분이 거슬렸지만 이번에도 넘어가기로 했다. 서명 권유를 하는 사람이 굿네이버스와 세이브더칠드런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었고, 입력하다 실수를 했을 수도 있었다. 2천 원은 큰 돈이 아니었고, 그때까지 세이브더칠드런이란 단체는 몰랐지만 검색해보니 제법 전통이 있는 단체였다.

얼마 전, 블로그 오른편의 바로가기 배너 작업을 하다가 한강맨션 고양이 학대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스노우캣 블로그나 만화잡지 작가후기 등을 통해 사건 자체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자세한 내막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랬는데, 인터넷 검색 도중에 우연히 한강맨션 고양이 학대를 주도한 사람이 세이브더칠드런의 대표이사 이상대라는 자이고 항의공문을 보냈지만 지금까지 답변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건을 다루는 일부 게시물이나 덧글 등은 동물보호론자와 아동보호론자의 해묵은 앙금을 건드리는 데까지 나아가 있었다.

난 동물애호가도 아니고, 한강맨션 고양이에 대한 바람직한 대처방안이 뭐였느냐는 질문에는 선뜻 대답할 말이 없다. 야생동물을 앞장서서 학살하는 사람이 아동인권을 위해 활동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확신이 안 선다. 게다가 인터넷 상에서 아동보호론자의 입장에서 동물보호론자와의 논쟁에 가담해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상대라는 사람의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사고방식은 몹시 마음에 안 들었다. 내가 겪은 아동학대는 언제나 그런 사고방식에 의해 발생했다.

아니, 이렇게 쓰고 보니 너무 거창한 것 같아 조금 우습다.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대표이사로 있는 단체에 후원금을 내는 건 성격상 도저히 못할 짓이다. 애초에 가입한 과정도 유쾌하지 못했고. 후원을 해지하려고 후원관리팀에 전화를 걸었더니, 단 한 마디 딴죽거는 말도 없이 아주 일상적으로 처리해주었다. 한동안 비슷한 사유의 해지 요청 전화를 많이 받아본 듯한 느낌이었다. 다음 달부터는 굿네이버스 학대아동 후원금 납부를 시작한다. 이건 최소 후원금 기준이 월 1만 원이다. 아무튼 내가 세이브더칠드런의 몇 푼 안 되던 후원금을 해지한 건 그런 사소하고 개인적인 이유라는 말이다.

by 유민형 | 2006/07/25 16:47 | 일상따반사 diary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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