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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카와 미와의 [유레루] ★★★

 
스포일링하면 안 되는 영화에 스포일러 담뿍 담은 줄거리 요약

주인공 타케루는 모친의 기일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간다. 중도에 아버지가 경영하는 주유소에서 일하는 옛 여자친구 치에코를 마주치지만 모른 척한다. 그러나 여전히 치에코를 애틋해하는 형의 마음을 확인하고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의 모습을 목격한 주인공은 질투하기 시작한다. 애초에 형의 것을 빼앗고 싶어서 사귀었던 여자였다. 타케루는 치에코를 바래다주는 길에 다그치듯이 동침한다. 그리고 이내 귀찮은 일에 얽매이기 싫다는 듯이 도망치듯 치에코의 자취방을 빠져나오고, 형에게 미안함도 느낀다.

다음날. 형의 제안으로 타케루와 치에코 세 사람은 어린 시절 다니던 계곡에 놀러간다. 형의 눈을 피해 접근하는 치에코를 피해 타케루는 낡은 흔들다리를 건너 산속으로 들어간다. 치에코가 타케루를 따라 흔들다리를 건너려 하자, 치에코가 걱정된 형도 따라온다. 자신을 부축하려는 형을 밀쳐내는 치에코. 그리고 다음 순간, 치에코는 계곡 밑으로 떨어진다. 이 모든 장면을 타케루도 반대편에서 보고 있었다.

타케루는 자신이 목격한 사실을 형과 경찰에게 비밀로 하고, 치에코의 사고사를 처리한다. 그러나 형은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는데도 치에코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자신이 치에코를 죽였다는 허위자백을 하고 구속된다. 형을 구명하기 위해 타케루는 변호사인 큰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면회 때 동생에 대한 컴플렉스와 자기혐오를 노출하며 그대로 남아 있겠다며 동생에게 침을 뱉는다. 심리가 시작되고, 형은 다행히 죄책감을 벗어났는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진술한다.

그러던 중 아버지를 통해, 타케루는 자신이 치에코와 그날 밤 동침했다는 사실을 형이 눈치 채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심리 중에 그날 밤 일이 언급되자, 형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거짓증언을 한다. 그 거짓증언으로 형은 재판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점한다. 그러나 타케루에게는 처음 마주하는 형의 허위. 타케루는 면회를 청한다. 형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주유소 사업계획을 늘어놓으며 도와달라고 말하는 형. 언제나 참고 아끼지 않고 내주던 형이, 이제는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까지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속내를 떠보자 자기를 불신하는 동생에게 형은 분노를 감추지 않는다. "너는 단지 살인자 동생이 되기 싫을 뿐이야."

동생은 예전의 형을 잃어버렸다. 동생은 형을 되찾기 위해 징벌을 내린다. 타케루는 법정에서 형의 살해장면을 목격했다는 거짓증언을 한다.

7년 후. 형이 내일 석방된다는 소식을 갖고 주유소 직원이 타케루를 찾아오지만, 타케루는 형을 다시 볼 면목이 없다. 작업실에 돌아온 타케루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찍었던 필름을 본다. 필름 속에서 형은 언제나 동생을 챙겨주고 보살피는 사람이었다. 그런 형한테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나야말로 언제나 형의 것을 빼앗은 인간이 아니었던가? 타케루는 형을 만나러 뛰쳐나간다.


형제간의 애증과 [라쇼몽]을 결합시킨다는 아이디어는 괜찮았다. 문제는, [라쇼몽]에서는 계속 새로운 증인이 출현하지만, [유레루]에서는 이렇다할 단서도 없이 오로지 두 명의 목격자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야 한다는 것. 따라서 영화는 두 명의 목격자에게 한 번씩 위증을 시킨다.

형이 위증을 하는 동기는 상투적이다. 그래서 더욱 나름의 설득력을 지닌다. 문제는 동생이다. 사랑하지만 변해버린 형을 징벌하기 위해 위증을 한다? 착한 형을 무고하게 7년간의 옥살이를 시키는 동기라고 하기에는 관객의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감독도 이 점을 의식한 모양이지만, 공감대를 얻기 위한 디테일을 강조하는 대신, 이야기 전체를 모호하게 처리하는 방식을 택한다. 형은 여자를 죽였다/죽이지 않았다, 동생은 목격한 사건을 제대로 기억했다/기억하지 못했다의 분기점을 주고, 사건의 진상을 확실히 설명하지 않은 채, 그 해석을 관객들한테 돌린다. 그렇게 해서 영화는 '실체적 진실이라는 것의 유동성'이라는 주제의식을 획득했을까? 그렇지 않다.

7년 후의 에필로그를 통해, 영화는 설명적인 방법 대신 이미지적인 방법(흔들다리를 지독히 무서워하는 형의 모습으로 어머니의 필름을 끝내거나, 치에코는 사고로 추락했고 형의 팔뚝의 상처는 치에코를 도와주려다 생긴 것이라는 회상을 가장 명확한 시점으로 보여주는 식)으로 사건의 진상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에필로그에서 제시된 진상이 아닌 다른 해석을 관객이 채택한다면, 영화의 이야기와 은유가 한없이 빈약해진다는 데 있다. 형제간의 애증을 좀더 부각시켜 동생의 위증 동기를 더욱 설득력 있게 처리하거나,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각각의 플롯에 타당성을 더 많이 부여하여 진상의 모호함과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열어주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했어야 했다. 선택하지 못했던 것은 감독의 자신감 부족이라고밖에 평할 수 없다.

연기는 훌륭했다. 오다기리 죠의 연기와 카리스마는 따로 언급할 필요성도 못 느끼겠다. 엉덩이가 예쁘진 않았지만, 형 미노루 역을 맡은 카가와 테루유키의 입체적인 인물표현도 인상적이었다. 형제간의 애증은 시나리오가 아니라 이 두 사람의 앙상블 연기를 통해 주로 표현되었다. 정적인 촬영과 여유 있는 편집도 괜찮았고, 모든 요소를 아우르는 연출도 섬세했다. 영화의 흠은 오로지 좋은 아이디어를 살리지 못한, 니시카와 미와 감독이 직접 쓴 각본뿐이다.

by 민형 | 2006/08/10 10:48 | 깊이 existenc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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