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7월 06일
키노시타 케이코의 [키스 블루] ★★★
토모사카와 노다는 같은 대학을 다니는 어릴 때부터의 친구 사이. 사람 좋은 남자로 통하는 토모사카는, 바람둥이 미청년 노다의 연애담을 듣다 질투를 느끼고, 그 질투의 원인이 노다를 향한 자신의 해묵은 사랑이라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자기 성정체성에 대한 두려움, 친구 사이를 깨뜨릴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차마 고백하지 못하는 토모사카는, 우정을 통해 위안을 얻고 우정을 넘어서지 못해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서정적 내러티브를 구사하는 보이스러브 작품들은 일본에 비해 오히려 국내에서 뚜렷하고도 일관된 지지를 받는 편이다. 아마도 양국 독자의 성향의 차이에서 오는 결과가 아닐까 싶은데, 물론 BL에서도 일본과의 동조현상이 심해지면서 일본에서 주류인 과격하고 노골적인 러브 코미디 성향의 BL을 선호하는 국내독자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서정BL이라고 이름지을 수 있을 만한 취향도 못지않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 이마 이치코, 요시나가 후미, 야마다 유기, 타카이도 아케미, 콘노 케이코 등이 이러한 취향을 대표하는 작가들이다. 이 계열의 신진주자 격인 키노시타 케이코는 2003년 데뷔해 이제 막 네 권의 단행본을 발표한 신예 작가로, [크래프트]나 [헤르츠] 같은 타이요토쇼의 앤솔로지나 코아매거진의 [드랍] 같은 비교적 지명도가 떨어지는 지면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일본에서는 아직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작가 축에 든다. 반면 국내에서는 네 권의 단행본이 모두 라이선스 발매된 데다 현대지능개발사에서 새로 런칭해서 잔잔한 관심을 끌고 있는 '루비 돌 시리즈'를 통해 두 권이 선보인 덕분인지 서정BL 취향의 독자들 사이에서 한창 급속도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림체. 이름도 비슷한 콘노 케이코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어딘지 모르게 우미노 치카의 [허니와 클로버]에 등장하는 소년들을 닮았다. 개성적인 그림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연상은 작품의 분위기와 직결되면서 오히려 상승효과를 일으킨다. 신예답게 다소 허술한 작화, 평범한 콘티 구성은 도리어 내면 묘사를 중시하는 흐름과 어울리면서 정서의 울림을 더한다.
[키스 블루]는 오랜 친구에게 뒤늦게 느낀 사랑, 뒤늦게 깨달은 동성애자로서의 성정체성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다룬다. 이 주제를 다루는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감상 포인트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고백할까, 말까'의 망설임을 얼마나 절실하게 그리고 지루하지 않게 표현해냈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키스 블루]는 일정 정도 성공하고 있다. 작품은 주인공 토모사카의 성격, 토모사카의 마음, 노다의 상황, 결행, 노다의 마음을 에피소드별로 차례차례 공들여 섬세하게 묘사해나간다. 안경을 벗은 모습, 꿈속에서의 ‘행위’에 대한 죄책감, 의미 없는 스킨십과 선물, 뒷모습 같은 익숙한 컨벤션을 재활용하되 슬쩍 건드리며 환기시키고 넘어갈 뿐, 결코 과장된 의미를 부여하거나 질질 끌지 않는 솜씨도 좋다. 은근슬쩍 성희롱을 하며 오지랖 넓게 이들의 연애에 관여하는 게이 점장의 역할과 '지금은 친구 사이'임을 활용한 소소한 유머들도 내레이션 위주로 진행되는 작품의 분위기를 처지지 않게 관리한다.
[키스 블루]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모티브는 충족되지 않는 스킨십의 쓸쓸함이다. 도식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토모사카와 노다는 손끝, 이마의 키스, 섹스의 단계로 점차 스킨십의 강도를 높이지만 입맞춤은 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들에게 최후의 보루일 우정이라는 방어막을 훼손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토모사카는 필사적으로 자기결핍에서 눈을 돌리고, 노다는 중학교 시절 교생선생에게 버림받은 트라우마 속에 깊이 숨겨왔던 자신의 진심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일단 단권의 형태로 출판되었지만 속편을 예고하고 있는 [키스 블루]는 성장해가는 소년들의 순수한 사랑의 결을 차츰차츰 포개어나가는 작품이다. 작가의 이력이 짧은 만큼 원고 군데군데 아직 미숙한 부분이 더러 엿보이지만, 지금 키노시타 케이코의 컬렉션을 시작한다면 작가의 성장을 실시간으로 겪는 즐거움을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서정적 내러티브를 구사하는 보이스러브 작품들은 일본에 비해 오히려 국내에서 뚜렷하고도 일관된 지지를 받는 편이다. 아마도 양국 독자의 성향의 차이에서 오는 결과가 아닐까 싶은데, 물론 BL에서도 일본과의 동조현상이 심해지면서 일본에서 주류인 과격하고 노골적인 러브 코미디 성향의 BL을 선호하는 국내독자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서정BL이라고 이름지을 수 있을 만한 취향도 못지않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 이마 이치코, 요시나가 후미, 야마다 유기, 타카이도 아케미, 콘노 케이코 등이 이러한 취향을 대표하는 작가들이다. 이 계열의 신진주자 격인 키노시타 케이코는 2003년 데뷔해 이제 막 네 권의 단행본을 발표한 신예 작가로, [크래프트]나 [헤르츠] 같은 타이요토쇼의 앤솔로지나 코아매거진의 [드랍] 같은 비교적 지명도가 떨어지는 지면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일본에서는 아직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작가 축에 든다. 반면 국내에서는 네 권의 단행본이 모두 라이선스 발매된 데다 현대지능개발사에서 새로 런칭해서 잔잔한 관심을 끌고 있는 '루비 돌 시리즈'를 통해 두 권이 선보인 덕분인지 서정BL 취향의 독자들 사이에서 한창 급속도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림체. 이름도 비슷한 콘노 케이코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어딘지 모르게 우미노 치카의 [허니와 클로버]에 등장하는 소년들을 닮았다. 개성적인 그림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연상은 작품의 분위기와 직결되면서 오히려 상승효과를 일으킨다. 신예답게 다소 허술한 작화, 평범한 콘티 구성은 도리어 내면 묘사를 중시하는 흐름과 어울리면서 정서의 울림을 더한다.
[키스 블루]는 오랜 친구에게 뒤늦게 느낀 사랑, 뒤늦게 깨달은 동성애자로서의 성정체성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다룬다. 이 주제를 다루는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감상 포인트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고백할까, 말까'의 망설임을 얼마나 절실하게 그리고 지루하지 않게 표현해냈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키스 블루]는 일정 정도 성공하고 있다. 작품은 주인공 토모사카의 성격, 토모사카의 마음, 노다의 상황, 결행, 노다의 마음을 에피소드별로 차례차례 공들여 섬세하게 묘사해나간다. 안경을 벗은 모습, 꿈속에서의 ‘행위’에 대한 죄책감, 의미 없는 스킨십과 선물, 뒷모습 같은 익숙한 컨벤션을 재활용하되 슬쩍 건드리며 환기시키고 넘어갈 뿐, 결코 과장된 의미를 부여하거나 질질 끌지 않는 솜씨도 좋다. 은근슬쩍 성희롱을 하며 오지랖 넓게 이들의 연애에 관여하는 게이 점장의 역할과 '지금은 친구 사이'임을 활용한 소소한 유머들도 내레이션 위주로 진행되는 작품의 분위기를 처지지 않게 관리한다.
[키스 블루]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모티브는 충족되지 않는 스킨십의 쓸쓸함이다. 도식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토모사카와 노다는 손끝, 이마의 키스, 섹스의 단계로 점차 스킨십의 강도를 높이지만 입맞춤은 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들에게 최후의 보루일 우정이라는 방어막을 훼손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토모사카는 필사적으로 자기결핍에서 눈을 돌리고, 노다는 중학교 시절 교생선생에게 버림받은 트라우마 속에 깊이 숨겨왔던 자신의 진심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일단 단권의 형태로 출판되었지만 속편을 예고하고 있는 [키스 블루]는 성장해가는 소년들의 순수한 사랑의 결을 차츰차츰 포개어나가는 작품이다. 작가의 이력이 짧은 만큼 원고 군데군데 아직 미숙한 부분이 더러 엿보이지만, 지금 키노시타 케이코의 컬렉션을 시작한다면 작가의 성장을 실시간으로 겪는 즐거움을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 by | 2006/07/06 09:18 | 순정 relationship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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