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6월 30일
손희준의 [도로시] 1권 ★★☆
옐로우 로드 위를 걷는 다섯 여행자, 마라, 테일, 나무, 아비 그리고 강아지 토토. 여행길에 들른 벽돌마을은 괴물의 약탈과 치안유지군의 압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무단여행을 단속하러 나온 치안유지군들에게 탈주 현상수배자임을 들킨 여행자들은 치안유지군과 맞선다. 전투의 와중에 여행자들은 각각 마녀 도로시, 반인반수 합성인간, 인조인간, 염동력을 지닌 복제인간임이 드러나고, 치안유지군 역시 그 정체가 마을을 약탈하던 괴물이며 마을주민들을 상대로 생체실험 중이었다는 사실이 폭로된다.
한국 소년만화의 몰락을 설명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은 '취향의 세분화'다. 다른 문화산업과의 경쟁에서 대중성을 잃은 소년만화는 근육질 집착, 미소녀 하렘, 무협물의 대결구조, 게임 판타지의 세계관과 같은 특정 코드를 소비하는 고정 독자층에의 시장 의존도를 높였다. 코드의 동종교배라는 전제조건은 학원액션·판타지(무협)액션·스포츠라는 3대 장르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코드 창작'이 서사의 무미건조와 인물의 전형화를 낳았고, 신규독자들이 재미를 느낄 요소가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관건은 제한된 장르와 코드 창작 그 자체가 아니라, 서사의 무미건조와 인물의 전형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작품에서 일상과 정서의 묘사가 소홀히 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편적으로 소년만화는 대결과 성장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하게 되는데, 일상과 정서의 묘사를 소홀히 한다면, 독자는 등장인물에 대해 공감대와 연대감을 느낄 계기가 사라지는 셈이고, 공감대와 연대감이 미처 형성되지 않은 등장인물이 겪는 대결과 모험에 독자가 정서적으로 연루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셈이다. 특히 신인들이 자주 발휘하는 실수 중 하나가 사건과 작품이 동시에 시작되는 것인데, 작가의 입장에서는 볼거리를 빠른 시간 안에 제공하고 싶은 욕심이었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겪는 난관과 장애는 관심 없는 남의 일일 뿐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작가의 신작은 기대가 생긴다. 데뷔 15년차의 손희준은 한국 소년만화의 최신 흥행작인 [유레카]의 스토리작가이기도 하다. 물론 [도로시]도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면서 무작정 던져진 임무를 해결하는 식의 도입부를 선보이지만, 4화에 걸쳐 사건을 무난하게 해결하는 프롤로그 이후, 이야기는 일상과 정서의 영역으로 돌아간다. 회상을 통해, 주인공 마라/도로시가 어떻게 '오즈'로 들어왔고, 옐로우 로드를 여행하는 임무를 부여받았으며, 동료를 모아왔는지를 서술한다. 타임라인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이야기의 속도는 느긋해지고 정서의 연출과 유머의 구사도 여유로워진다.
[도로시]를 이야기하는데 있어 간과해서 안 되는 중요한 소재는 원작 [오즈의 마법사]다. 사실 한국만화에서 고전의 각색은 그 유행이 지나치다 못해 식상할 정도다. 그러나 유행 편승의 선입견을 떠나 객관적으로 본다면, 고전의 재구성은 얼마나 원작을 다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원작에서 멀리 벗어났는가, 그리고 장르만화의 요소를 위화감 없이 도입했는가에 달려 있다. 바로 그 점에서 [오즈의 마법사]와 소년판타지의 결합은 탁월한 착상이었고, [도로시]의 매력은 착상과 그 착상을 구체화시키는 크리에이티브의 성실함에서 나온다. [오즈의 마법사]의 옐로우 로드는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는 판타지 어드벤처의 로망이다. 원작의 사자, 나무꾼, 허수아비를 각각 합성인간, 인조인간, 복제인간에 대입한 것은 대단치는 않아도 좋은 아이디어이고, [도로시]는 그 아이디어를 참신하게 활용하고 있다. 언급했던 구성이 다소 거친 프롤로그도 극의 흐름에 앞서 이 아이디어를 먼저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던 것이다.
'하이랜더' 시리즈를 발표하던 초기부터, 손희준은 고전을 모티브로 새로운 세계를 재구성하는 데 재능을 보였다. 악역들이 인간을 개조한 키메라 군단을 앞세운다는 점과 국가에 반해 독립적으로 음모를 꾸미는 '특령'의 존재감은 [강철의 연금술사]의 영향을 다소 연상시키지만, 앞으로 독창적인 재해석을 가미해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손희준의 [도로시]가 한국 소년만화의 위기를 자초한 것이 무엇이고 그 해결방안이 어떤 것인가를 분석할 수 있는 좋은 표본이라는 점이다.
한국 소년만화의 몰락을 설명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은 '취향의 세분화'다. 다른 문화산업과의 경쟁에서 대중성을 잃은 소년만화는 근육질 집착, 미소녀 하렘, 무협물의 대결구조, 게임 판타지의 세계관과 같은 특정 코드를 소비하는 고정 독자층에의 시장 의존도를 높였다. 코드의 동종교배라는 전제조건은 학원액션·판타지(무협)액션·스포츠라는 3대 장르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코드 창작'이 서사의 무미건조와 인물의 전형화를 낳았고, 신규독자들이 재미를 느낄 요소가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관건은 제한된 장르와 코드 창작 그 자체가 아니라, 서사의 무미건조와 인물의 전형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작품에서 일상과 정서의 묘사가 소홀히 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편적으로 소년만화는 대결과 성장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하게 되는데, 일상과 정서의 묘사를 소홀히 한다면, 독자는 등장인물에 대해 공감대와 연대감을 느낄 계기가 사라지는 셈이고, 공감대와 연대감이 미처 형성되지 않은 등장인물이 겪는 대결과 모험에 독자가 정서적으로 연루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셈이다. 특히 신인들이 자주 발휘하는 실수 중 하나가 사건과 작품이 동시에 시작되는 것인데, 작가의 입장에서는 볼거리를 빠른 시간 안에 제공하고 싶은 욕심이었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겪는 난관과 장애는 관심 없는 남의 일일 뿐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작가의 신작은 기대가 생긴다. 데뷔 15년차의 손희준은 한국 소년만화의 최신 흥행작인 [유레카]의 스토리작가이기도 하다. 물론 [도로시]도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면서 무작정 던져진 임무를 해결하는 식의 도입부를 선보이지만, 4화에 걸쳐 사건을 무난하게 해결하는 프롤로그 이후, 이야기는 일상과 정서의 영역으로 돌아간다. 회상을 통해, 주인공 마라/도로시가 어떻게 '오즈'로 들어왔고, 옐로우 로드를 여행하는 임무를 부여받았으며, 동료를 모아왔는지를 서술한다. 타임라인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이야기의 속도는 느긋해지고 정서의 연출과 유머의 구사도 여유로워진다.
[도로시]를 이야기하는데 있어 간과해서 안 되는 중요한 소재는 원작 [오즈의 마법사]다. 사실 한국만화에서 고전의 각색은 그 유행이 지나치다 못해 식상할 정도다. 그러나 유행 편승의 선입견을 떠나 객관적으로 본다면, 고전의 재구성은 얼마나 원작을 다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원작에서 멀리 벗어났는가, 그리고 장르만화의 요소를 위화감 없이 도입했는가에 달려 있다. 바로 그 점에서 [오즈의 마법사]와 소년판타지의 결합은 탁월한 착상이었고, [도로시]의 매력은 착상과 그 착상을 구체화시키는 크리에이티브의 성실함에서 나온다. [오즈의 마법사]의 옐로우 로드는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는 판타지 어드벤처의 로망이다. 원작의 사자, 나무꾼, 허수아비를 각각 합성인간, 인조인간, 복제인간에 대입한 것은 대단치는 않아도 좋은 아이디어이고, [도로시]는 그 아이디어를 참신하게 활용하고 있다. 언급했던 구성이 다소 거친 프롤로그도 극의 흐름에 앞서 이 아이디어를 먼저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던 것이다.
'하이랜더' 시리즈를 발표하던 초기부터, 손희준은 고전을 모티브로 새로운 세계를 재구성하는 데 재능을 보였다. 악역들이 인간을 개조한 키메라 군단을 앞세운다는 점과 국가에 반해 독립적으로 음모를 꾸미는 '특령'의 존재감은 [강철의 연금술사]의 영향을 다소 연상시키지만, 앞으로 독창적인 재해석을 가미해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손희준의 [도로시]가 한국 소년만화의 위기를 자초한 것이 무엇이고 그 해결방안이 어떤 것인가를 분석할 수 있는 좋은 표본이라는 점이다.
# by | 2006/06/30 09:20 | 청춘 fever | 트랙백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