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천만화상은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작가가 모처럼 대상(과 상금)을 수상한 덕분에, 상당히 기분좋은 행사였다. '늬들이 출품 안 해서 상 못 주겠다'는 해묵은 코미디는 올해도 이어졌지만, 전반적인 수상작의 면면은 더욱 기분좋게 만들었다. 그러나 기분좋은 것은 기분좋은 것이고, 뒷말은 뒷말이다. 한번 대충 모아보자.
심사위원단 선정을 두고 의혹을 표하는 이들은 상당히 많은 것 같다.
특정 수상작을 발행한 업체의 기획위원이 버젓이 심사위원 명단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획위원'이라는 직함의 영향력, 경쟁 후보작의 유무, 만화판 내부의 사정들을 두루 파악하고 있는 이들이 보기엔 충분히 인지상정으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런 정황을 파악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일반독자들이 보기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이 상을 받아 좋긴 하지만, 수상작의 단행본 판권페이지에 올라 있는 이름을 심사위원단 명단에서 발견하는 것은 상당히 불쾌하고 모양새가 부적절한 일이었을 듯하다. 심사위원단 명단을 공식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고 유상으로 판매하는 팜플렛에만 수록해 놓은 것도 공연한 의혹을 부추겼다. 심사위원단 선정에 있어 부천만화상 담당자들이 더 신중했어야 했다.
특정 수상작의 자격 여부도 문제가 됐지만,이 문제는 신경 쓰는 이들은 거의 없는 듯하다. 무슨 이야기냐면, 부천만화상이 발표한
수상작 자격에 따르면 6월30일 이전에 완결된 작품에 한한다고 했지만, 이제 막 단행본 1권이 나왔고 본편은 한창 연재 중인 작품이 하나 수상한 것이다. 아마도 해당작품을 옴니버스로 간주한 듯하고, 자격요건에도 분명히 "옴니버스 작품의 경우 심사위원회 판단에 따"른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해당작은 옴니버스 중에서도 연속되는 인물간의 갈등구조와 서사가 존재하는 시츄에이션 드라마이고, 만약에 완결작 규정의 의도가 서사의 완결성을 보겠다는 것이었다면(부천만화상은 규정의 의도를 밝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당작이 옴니버스라서 상을 받을 수 있었으니, 앞으로 완결되지 않아서 상 못 받을 옴니버스 만화는 없다는 뜻이 된다. 옴니버스 수상자격 여부에 대한 기준이 미흡했다는 뜻인데, 사실 그보다는 장기간의 연재가 일반화되어 있어서 완결된 서사구조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만화 장르에서, 완결작만 상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완결작부문이 따로 있지 않는 한, 세상 어느 만화상에도 완결된 작품만 시상한다는 규정은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수상작가 싸인회. 행사 마지막날 열린 유시진 싸인회는
90% 초등학생, 10% 어른으로 구성된다는 다른 작가 싸인회와는 달리, 절대다수의 2, 30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즉, 이들 대부분은 부천만화축제가 아니라 싸인회를 목적으로 온 독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부천축제 쪽의 미흡한 운영 때문에 적잖은 독자들이 먼 길을 찾아온 유일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부천축제에 악감을 품으며 되돌아갔다. 사전공지 없이 싸인받을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한 것. '싸인 인원 제한'이 작가 보호를 위해 철저한 원칙 속에 이루어졌다면 또 모르겠는데, 인원수가 초과되었다며 사람들을 돌려보내다가 작가와의 협의 없이 진행요원이 임의로 줄 뒤에 버티고 서 있는 독자들을 대열에 추가로 포함시키는 것이 여러 차례 목격되었다. 결국 진행요원의 허위안내에도 아랑곳없이 끝까지 줄 서고 기다린 독자들은 모두 싸인을 받을 수 있었으며, 전체 진행시간은 1시간 남짓으로 이날 같은 자리에서 진행된 전세훈 작가의 싸인회와 거의 비슷하게 끝나, 그런 식의 거친 진행을 하지 않았어도 무리 없이 끝났을 듯하다. 진행요원의 허위안내만 믿고 아쉬워하며 돌아서면 몇몇 낯익은 팬클럽 회원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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