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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얼음칼님, 8월30일

1. '오늘은 여기까지'라는 말 자체는 틀린 표현이 아닙니다. 일어의 영향을 받아서 생긴 표현이라는 물증은 없고요.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서술격 조사 '-이다'가 붙었기 때문이죠. 우리말에서는 '-이다'를 주로 지정사의 의미로 쓰고 형용사형 접미사로는 잘 안 쓰는데요. 잘 안 써서 어색한 것은 '어색한 것'이고, 절대로 못 쓰는 것은 아니니 '틀린 것'이 아닙니다(아, 여기서 '-이다'를 지정사의 의미가 아닌 다른 용법으로 쓰는 것은 잘못으로 보는 소수학설도 있습니다). 이 어색한 용법이 요즘 범람하고 있는데, 그거야 물론 '-だ'를 형용사형 접미사로도 자주 쓰는 일어의 영향일 것이고요.

'-이다'를 남용하는 것이 번역어투임에는 분명하지만, 용법 자체는 우리말에도 있는 표현입니다(용법 자체는 우리말에 있더라도, 남용하는 것은 번역어투 아니냐고 받아치시며 일일이 교열해버리시는 여보님과 더러 싸우기도 합니다 _-). 우리가 형용사형 서술어로 잘 쓰는 '하다'를 써서 '오늘은 여기까지 하다'로 쓰면 바람직하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다'도 그 문장 자체로 비문은 아니니 아나운서들이 고칠 이유는 없죠. 국립국어원에서 검색해보면 이 표현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린 답변이 나올 겁니다(막상 저는 이 단체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만).

간혹 일어나 영어에 관용구문이 있는데 우리말에서도 직역에 가까운 표현이 자주 쓰이면, 번역어투일 것이라는 혐의를 두는 경우가 많은데, 우연의 일치이거나 오히려 역수출(특히 일어의 경우)일 때도 많습니다. 번역어투가 무조건 나쁜 것인가를 두고도 논쟁의 여지는 있고요.

2. '거기까지!'도 1.과 논리적으로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이것은 변칙과 남용의 정도가 심하니, 아나운서들은 쓰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3. '우리 문법에서는 틀린 말'과 '우리말에서는 자연스럽지 않은 번역어투'는 다른 겁니다. 뭐, 어쨌건 싫은 건 싫은 거겠지만요.

by 민형 | 2006/08/30 20:39 | 일상따반사 diary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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