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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다는.

 
'…라는./…다는.'이라는 통신어투 종결어미가 일어의 영향이(며 배척해야 된다)라는 글을 요즘 몇 번 봤다. 그런 주장을 처음 본 건 한 3~4년 전쯤 된 것 같은데, 그 주장의 요는 이 표현이 일어 'と(いう)'의 번역어이며, 일본 만화영화 불법 다운로드의 범람으로 전파된 일본의 잔재이므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아니메 다운로드는 그렇게 광범위한 취미 생활이 아니며(미드 다운로드도 소수 마니아들의 취미라는 소리를 듣는 판국에), 나는 이런 식의 표현을 피디박스가 생기기 전인 1990년대 중반 이전부터 보았다. 그때는 피디박스의 전신인 나우와레즈도 없을 때였다. 당시 자주 다니던 PC통신 철학사회과학 소모임의 복학생급 연배들이 자주 쓰던 표현이었는데, '…하지 말입니다.' '…라는 말입니다.' '…라는.' 식의 종결어미가 번갈아 가며 쓰는 걸로 미루어, 당시의 나는 군대말투가 통신식으로 축약된 말이라고 짐작했다. 물론 다른 어원을 가진 통신어투일지도 모른다.

이후 이 어투는, 역시 아니메 다운로드가 지금처럼 일상화되기 이전인 1997, 8년경에 4대 통신망에 걸쳐 취향에 관계 없이―당시 나는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에 모두 가입해 있었고, 만화뿐 아니라 록음악, 판타지소설, 사회과학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었다―한차례 대유행한 적이 있었고, 그 당시에는 나도 즐겨 썼다. 정확한 시점은 이 당시 보노보노 땀(;)이 같이 유행하고 있었으니까(라는; 하는 식으로), [보노보노] 국내 방영시기를 확인해 보면 정확한 답이 나올 것 같다.

따라서 이는 아마도 이미 '라는/다는' 종결어미가 통신어체로 자리 잡은 상태에서 아니메 자막제작자들이 と(いう)를 번역하면서 '라는/다는' 표현을 차용한 것을, 연원을 모르고 뒤늦게 본 사람들이 오해해서 몰아붙인 것 같다. 그러나 と(いう)는 '…라/…라고'로 번역하는 것이 옳을 것이며, 이는 원래 우리말에 있는 종결어미다. '라는/다는' 종결어미를 일어에서 연원을 찾으려면 차라리 のだ의 생략형에서 찾아야 할 텐데, 오히려 のだ가 생략될 경우는 '라는/다는'으로 번역되지 않으므로 아무 관계가 없다. 우리는 군사문화의 영향으로 말끝을 흐리는 것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거기서 느낀 불쾌감을 인위적으로 일어에 연결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걸 국어의 오염이니 뭐니 하는 사람들과는 애초의 전제가 달라 서로 설득이 안 된다는 걸 그동안 많이 확인해 봤으므로 그쪽으로는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확실한 건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은 건 무조건 일본 것으로 몰아 배척하고 보는 습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싫은 건 이해하겠는데 왜 거기다 일본을 갖다 붙이냐. 비슷한 사례로는 '(웃음)'이 있는데, 이것도 실은 '(笑)'에서 온 게 아니라 영어 '(laugh)'에서 온 것이고, 영어의존도가 높은 영역―각종 인터뷰, 록음악이나 영화관련 저널―등에선 오래전부터 자리 잡아온 표현이다.

by 민형 | 2007/08/28 18:04 | 일상따반사 diary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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