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8월 28일
외래어 표기법
"외래어가 도량형이냐? 전통과 현실보다 통일성이 더 중요하게." 제가 학교 다닐 때 저희 과 교수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외래어 표기법을 둘러싼 국어원과 일반언어학자들의 싸움은 해묵은 것이고, 창비나 열린책들은 아예 별도의 외래어 표기법을 쓰고 있습니다.
설령 통일성이 더 중요하더라도 통일된 기준을 전통과 현실에 가깝게 정하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외래어 표기법은 그렇지 않고, 그중에서도 특히 저와 친한 일어와 프랑스어는 모두 그쪽 전문가들이나 애호가들의 타박을 받아 왔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이에 대해 국어원 사람들은 오랫동안 '된소리/거센소리/겹모음은 언중의 천박함을 드러내는 것이니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는 의견을 내 왔습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말 전통에도 어긋나는 일이고, 국제적인 관점에서도 황당무계한 소리입니다.
이렇게 거칠게 일축하면 도리어 반발하시는 분이 있을 겁니다. 국어원은 공식적으로는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합리화하기 위해 나름의 음운학적 근거를 들고 있거든요. 문제는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반대하는 원음주의 진영에서도 나름의 음운학적 근거를 갖고 있고, 원음주의 표기법에 비해 국어원의 음운학적 근거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몹시 일관성을 결여했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된소리/거센소리/겹모음'을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서 그때그때 임의적인 음운학적 근거를 동원하고 있을 뿐이죠.
예를 들어 보죠. 외래어 표기법으로 뜨거웠던 가장 최근의 사례는 아마 [공의 경계]일 겁니다. '키노코'가 왜 '기노코'로 창씨개명을 당해야 하느냐는 거였죠. 이에 대한 국어원의 '공식적인' 해명은 '일본어의 무성파열음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두에서 평음으로 들리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제가 하는 것보다 국어원의 주장을 잘 설명한 포스트가 있으니 링크하겠습니다.
[공의 경계]와 일본어-한글 표기법, 孤藍居士
좀 길지만 설명이 아주 친절하게 돼 있으니 읽어 볼 만합니다. 문제는 위 포스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일어 표기법을 합리화하기 위해 동원된 음운학적 근거들을 그대로 프랑스어에 적용하면 'Paris'는 '빠히'로 표기해야 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모든 근거들이 전부 논리적인 반박이 가능하죠.
1. 'ㄱ과 ㄷ의 실제 음가는 어두에서 /k/와 /t/이다. 따라서 일어의 か행과 た행이 어두에 오면 한국인이 듣기에는 ㄱ과 ㄷ으로 들린다'라는 것이 윗글의 주장입니다. 이는 영어 중심의 음운학적 관점을 도입한 건데요. 어두의 '까-카-か-が-가'는 모두 /ka/로 들린다는 겁니다. 일본인은 か-が의 차이를 인식하지만, 한국인은 인식하지 못하고 '카-가'의 차이만 인식할 뿐이라는 말이고요.
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언어의 주요 기능은 변별성인데, 어차피 모두 /ka/의 음가를 갖는다면 か-が의 변별을 위해 '카-가'로 표기하는 게 더 좋지 않느냐는 반박이 있습니다. 또한 일본인이나 한국인 중에서도 か-が의 차이를 인식하는 해당 언어 전공자에게는 か가 '가'보단 역시 '카'에 더 가깝게 들린다는 문제도 있죠. 이에 대해 국어원의 '공식적인' 해명은 일반적인 한국인에게 어떻게 들리느냐를 중시하겠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프랑스어의 경우는 또 다릅니다. 한국인에게 프랑스어 어두의 k, t, p는 모두 ㅋ, ㅌ, ㅍ가 아닌 ㄲ, ㄸ, ㅃ로 들립니다. 그런데 국어원은 이때는 반대로 ㅋ, ㅌ, ㅍ로 쓰는 1음운 1표기의 원칙을 고집하고 있습니다(여기에도 나름 근거는 있습니다. 프랑스 현지인은 ㄲ-ㅋ의 차이를 구별 못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따지면 일본 현지인은… 그만 하겠습니다). 또한 이는 어두의 ㄱ, ㄷ, ㅂ을 g, d, b로 표기하기로 한 로마자 표기법과도 어긋납니다. 이 같은 비일관성 중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일관성은 '된소리/거센소리/겹모음을 최대한 덜 쓰는 것'뿐입니다.
2. じゃ행과 ちゃ행도 마찬가지로 언어의 변별성을 우선할 것이냐 음운학적으로 어떻게 들릴 것이냐 사이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말 맞춤법의 표기 일반 원칙은 '변별성을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じゃ-ちゃ가 우리가 듣기엔 ざ와 별 차이가 없으니 모두 자로 써 버리자는 논리라면, 숟-숱-숫-숯도 모두 숟으로 쓰는 것으로 원칙을 삼으면 맞춤법 교육이 훨씬 쉬워질 거예요.
3. 장모음 반영금지 원칙도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우리말 철자법에서 장모음을 구분하지 않았으면 외래어에서만 장모음을 구분하지 않으면 됩니다. 외국어까지 동일한 표기원칙을 적용할 필요는 없죠.
4. つ는 윗글에도 등장하듯이 일어 표기법 가운데 가장 저항을 많이 받는 부분인데요. 글에도 나타나 있듯이 조음방식에 주안하느냐 조음점에 주안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문제는 일어는 음성구조적으로 조음방식에 더 많이 주안하는 언어라는 특성입니다.
つ는 치경파찰음임으로 한국어에서 유일한 치경파찰음인 ㅆ를 쓰자는 논거도 프랑스어에서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논리가 적용된다면 프랑스어의 r은 성문음이므로 한국어에서 유일한 성문음인 ㅎ을 써야겠죠. 1, 4를 합치면 Paris는 빠히가 되는데 파리라고 쓰고 있는 셈입니다.
또한 관용적으로는 ㅆ로 인식하는 경향이 더 많았다며 쓰메끼리, 바께쓰 등의 사례를 들고 있는데, 이는 실제로 사람들이 어떻게 듣느냐보다는 외래어 표기법의 영향, 발음을 연성화하려는 경향에 더 달려 있으므로 근거가 못 됩니다. たたき를 우리나라 사람이 '다대기'로 들어서 그렇게 쓰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이죠. 실제로 이 같은 영향을 받지 않은 북한어에서는 쯔메끼리, 바께쯔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5. 의도적인지는 모르지만 일어 표기법에 관해 또다른 시빗거리였던 ん은 언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ん은 일본인에겐 하나의 음소지만 한국인에게는 경우에 따라 ㄴ, ㅁ, ㅇ으로 다르게 들리므로 이를 표기법에 도입하자는 것이 원음주의자들의 주장인데요. 어찌된 일인지 여기서는 ㄴ으로 통일하는 1음운 1표기 원칙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제가 '의도적인지는 모르지만' 운운한 것은 프랑스어까지 갈 것도 없이 일어 내에서도 1의 논리와 배치되기 원리가 제멋대로 적용되고 있는데 이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마찬가지로 1의 논리는 어두의 '빠-파-ぱ-ば-바'는 어째서 같은 원리를 적용하지 않느냐는 문제에도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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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 표기법의 원칙을 재정립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터내셔널 시대를 살고 있고, 우리말 맞춤법에서도 폐쇄적 민족주의를 찌꺼기를 걷어낼 때가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이 백만 명을 넘는 시대가 됐고, 그들이 자신의 이름이 한글로 어떻게 표기되는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런 시대에 얼마든지 다양한 실용적 목적에 부합하는 내적일관성을 가진 새로운 규칙을 만들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말 순결주의에 갇혀 '외래어 표기법은 한국인들끼리 외국어를 적기 위해서만 필요한 규칙'이라고 고집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과도한 원음주의도 문제는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고종석 선생님한테 물어보시고…. 그러나 저는 차라리 외래어 표기법은 외래어에 한정해서 쓰고 외국어 표기법은 현지의 발음을 존중해서 자율적으로 쓰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그랬죠. 왜 국가가 통일성 운운하면서 남의 이름 철자까지 이래라저래라 간섭합니까.
아무튼 여기서는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 오류가 있는가 없는가를 합의하는 게 중요하겠죠.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이 오류를 고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어원이 이 문제에 대해 수십 년간 벽창호 같은 태도를 고수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선 호나우두와 포르투칼어 외래어 표기법 변경 사례에서 배울 게 있어요. 과연 당시 언론들이 계속 호나우두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로날드라고 썼으면 표기법이 바뀌었을까요? 따라서 마찬가지로 일어 표기법을 바꾸려면 일어 번역서를 가장 많이 내는 출판사들에 매달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전략으로 보입니다. 가장 영향력이 큰 일어 표기 매체가 외래어 표기법을 무시하고 모두가 새로운 표기를 따라간다면, 표기법이 바뀔 수밖에 없죠. 일부에서 보인 번역자에 대한 인신공격은 저도 유감이지만, [공의 경계] 사건에서 오타쿠들은 그런 전략을 본능적으로 실천했던 셈입니다.
당신이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 유감이 없다면? 전술한 대로 현행 표기법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인정할 테니, 그냥 계세요. 그렇지만 남의 취향과 전략전술에 대해 '무지의 소치' 운운할 자격은 없는 겁니다.
설령 통일성이 더 중요하더라도 통일된 기준을 전통과 현실에 가깝게 정하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외래어 표기법은 그렇지 않고, 그중에서도 특히 저와 친한 일어와 프랑스어는 모두 그쪽 전문가들이나 애호가들의 타박을 받아 왔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이에 대해 국어원 사람들은 오랫동안 '된소리/거센소리/겹모음은 언중의 천박함을 드러내는 것이니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는 의견을 내 왔습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말 전통에도 어긋나는 일이고, 국제적인 관점에서도 황당무계한 소리입니다.
이렇게 거칠게 일축하면 도리어 반발하시는 분이 있을 겁니다. 국어원은 공식적으로는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합리화하기 위해 나름의 음운학적 근거를 들고 있거든요. 문제는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반대하는 원음주의 진영에서도 나름의 음운학적 근거를 갖고 있고, 원음주의 표기법에 비해 국어원의 음운학적 근거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몹시 일관성을 결여했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된소리/거센소리/겹모음'을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서 그때그때 임의적인 음운학적 근거를 동원하고 있을 뿐이죠.
예를 들어 보죠. 외래어 표기법으로 뜨거웠던 가장 최근의 사례는 아마 [공의 경계]일 겁니다. '키노코'가 왜 '기노코'로 창씨개명을 당해야 하느냐는 거였죠. 이에 대한 국어원의 '공식적인' 해명은 '일본어의 무성파열음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두에서 평음으로 들리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제가 하는 것보다 국어원의 주장을 잘 설명한 포스트가 있으니 링크하겠습니다.
[공의 경계]와 일본어-한글 표기법, 孤藍居士
좀 길지만 설명이 아주 친절하게 돼 있으니 읽어 볼 만합니다. 문제는 위 포스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일어 표기법을 합리화하기 위해 동원된 음운학적 근거들을 그대로 프랑스어에 적용하면 'Paris'는 '빠히'로 표기해야 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모든 근거들이 전부 논리적인 반박이 가능하죠.
1. 'ㄱ과 ㄷ의 실제 음가는 어두에서 /k/와 /t/이다. 따라서 일어의 か행과 た행이 어두에 오면 한국인이 듣기에는 ㄱ과 ㄷ으로 들린다'라는 것이 윗글의 주장입니다. 이는 영어 중심의 음운학적 관점을 도입한 건데요. 어두의 '까-카-か-が-가'는 모두 /ka/로 들린다는 겁니다. 일본인은 か-が의 차이를 인식하지만, 한국인은 인식하지 못하고 '카-가'의 차이만 인식할 뿐이라는 말이고요.
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언어의 주요 기능은 변별성인데, 어차피 모두 /ka/의 음가를 갖는다면 か-が의 변별을 위해 '카-가'로 표기하는 게 더 좋지 않느냐는 반박이 있습니다. 또한 일본인이나 한국인 중에서도 か-が의 차이를 인식하는 해당 언어 전공자에게는 か가 '가'보단 역시 '카'에 더 가깝게 들린다는 문제도 있죠. 이에 대해 국어원의 '공식적인' 해명은 일반적인 한국인에게 어떻게 들리느냐를 중시하겠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프랑스어의 경우는 또 다릅니다. 한국인에게 프랑스어 어두의 k, t, p는 모두 ㅋ, ㅌ, ㅍ가 아닌 ㄲ, ㄸ, ㅃ로 들립니다. 그런데 국어원은 이때는 반대로 ㅋ, ㅌ, ㅍ로 쓰는 1음운 1표기의 원칙을 고집하고 있습니다(여기에도 나름 근거는 있습니다. 프랑스 현지인은 ㄲ-ㅋ의 차이를 구별 못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따지면 일본 현지인은… 그만 하겠습니다). 또한 이는 어두의 ㄱ, ㄷ, ㅂ을 g, d, b로 표기하기로 한 로마자 표기법과도 어긋납니다. 이 같은 비일관성 중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일관성은 '된소리/거센소리/겹모음을 최대한 덜 쓰는 것'뿐입니다.
2. じゃ행과 ちゃ행도 마찬가지로 언어의 변별성을 우선할 것이냐 음운학적으로 어떻게 들릴 것이냐 사이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말 맞춤법의 표기 일반 원칙은 '변별성을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じゃ-ちゃ가 우리가 듣기엔 ざ와 별 차이가 없으니 모두 자로 써 버리자는 논리라면, 숟-숱-숫-숯도 모두 숟으로 쓰는 것으로 원칙을 삼으면 맞춤법 교육이 훨씬 쉬워질 거예요.
3. 장모음 반영금지 원칙도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우리말 철자법에서 장모음을 구분하지 않았으면 외래어에서만 장모음을 구분하지 않으면 됩니다. 외국어까지 동일한 표기원칙을 적용할 필요는 없죠.
4. つ는 윗글에도 등장하듯이 일어 표기법 가운데 가장 저항을 많이 받는 부분인데요. 글에도 나타나 있듯이 조음방식에 주안하느냐 조음점에 주안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문제는 일어는 음성구조적으로 조음방식에 더 많이 주안하는 언어라는 특성입니다.
つ는 치경파찰음임으로 한국어에서 유일한 치경파찰음인 ㅆ를 쓰자는 논거도 프랑스어에서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논리가 적용된다면 프랑스어의 r은 성문음이므로 한국어에서 유일한 성문음인 ㅎ을 써야겠죠. 1, 4를 합치면 Paris는 빠히가 되는데 파리라고 쓰고 있는 셈입니다.
또한 관용적으로는 ㅆ로 인식하는 경향이 더 많았다며 쓰메끼리, 바께쓰 등의 사례를 들고 있는데, 이는 실제로 사람들이 어떻게 듣느냐보다는 외래어 표기법의 영향, 발음을 연성화하려는 경향에 더 달려 있으므로 근거가 못 됩니다. たたき를 우리나라 사람이 '다대기'로 들어서 그렇게 쓰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이죠. 실제로 이 같은 영향을 받지 않은 북한어에서는 쯔메끼리, 바께쯔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5. 의도적인지는 모르지만 일어 표기법에 관해 또다른 시빗거리였던 ん은 언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ん은 일본인에겐 하나의 음소지만 한국인에게는 경우에 따라 ㄴ, ㅁ, ㅇ으로 다르게 들리므로 이를 표기법에 도입하자는 것이 원음주의자들의 주장인데요. 어찌된 일인지 여기서는 ㄴ으로 통일하는 1음운 1표기 원칙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제가 '의도적인지는 모르지만' 운운한 것은 프랑스어까지 갈 것도 없이 일어 내에서도 1의 논리와 배치되기 원리가 제멋대로 적용되고 있는데 이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마찬가지로 1의 논리는 어두의 '빠-파-ぱ-ば-바'는 어째서 같은 원리를 적용하지 않느냐는 문제에도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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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 표기법의 원칙을 재정립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터내셔널 시대를 살고 있고, 우리말 맞춤법에서도 폐쇄적 민족주의를 찌꺼기를 걷어낼 때가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이 백만 명을 넘는 시대가 됐고, 그들이 자신의 이름이 한글로 어떻게 표기되는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런 시대에 얼마든지 다양한 실용적 목적에 부합하는 내적일관성을 가진 새로운 규칙을 만들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말 순결주의에 갇혀 '외래어 표기법은 한국인들끼리 외국어를 적기 위해서만 필요한 규칙'이라고 고집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과도한 원음주의도 문제는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고종석 선생님한테 물어보시고…. 그러나 저는 차라리 외래어 표기법은 외래어에 한정해서 쓰고 외국어 표기법은 현지의 발음을 존중해서 자율적으로 쓰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그랬죠. 왜 국가가 통일성 운운하면서 남의 이름 철자까지 이래라저래라 간섭합니까.
아무튼 여기서는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 오류가 있는가 없는가를 합의하는 게 중요하겠죠.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이 오류를 고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어원이 이 문제에 대해 수십 년간 벽창호 같은 태도를 고수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선 호나우두와 포르투칼어 외래어 표기법 변경 사례에서 배울 게 있어요. 과연 당시 언론들이 계속 호나우두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로날드라고 썼으면 표기법이 바뀌었을까요? 따라서 마찬가지로 일어 표기법을 바꾸려면 일어 번역서를 가장 많이 내는 출판사들에 매달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전략으로 보입니다. 가장 영향력이 큰 일어 표기 매체가 외래어 표기법을 무시하고 모두가 새로운 표기를 따라간다면, 표기법이 바뀔 수밖에 없죠. 일부에서 보인 번역자에 대한 인신공격은 저도 유감이지만, [공의 경계] 사건에서 오타쿠들은 그런 전략을 본능적으로 실천했던 셈입니다.
당신이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 유감이 없다면? 전술한 대로 현행 표기법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인정할 테니, 그냥 계세요. 그렇지만 남의 취향과 전략전술에 대해 '무지의 소치' 운운할 자격은 없는 겁니다.
# by | 2007/08/28 21:18 | 1표 attitude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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