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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현상

 
우리가 문국현을 지켜보며 두려워하는 것은 그가 '제2의 노무현'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두려움이다. 이 두려움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노무현 선택의 실패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서민적인 바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권력지향형 마초.
2. 정부 초기에 참여했던 소장 경제학자들과 개혁주의자들을 내치고, 모피아 관료와 가신 그룹 말에 팔락팔락.


1은 문국현도 공통적인 걸로 보인다. 노무현이 단 한 번도 자기 중심이 아닌 지역감정 투쟁에 나서지 않았듯이, 문국현의 환경운동과 지식경영운동도 늘 자기가 중심이었다. 자기 중심이 아닌 환경운동에 움직인 적이 없고 자기 친구 유홍준 일이라고 문화재사업을 거들어 본 적도 없다. 지금도 천정배와 개혁블록을 도와주러 나온 게 아니라 자기 중심으로 개혁블록을 만들 테니 천정배가 도와달라고 손짓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마초라는 게 항상 문제는 아니다. 2002년의 인민이 노무현에게 바란 것은 '군림하지 않는 대통령', '재벌과 미국에 복무하지 않는 대통령'이었지만, 2007년의 인민이 문국현에게 바라는 것은 1차로 '이명박 대항마'이고 2차로 '개혁블록의 완성'이다. 특히 2차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권력지향형 마초'라는 성격은 필수요소다. 좋다. 1은 패스.

2를 검토하기 위해선 문국현의 진정성뿐 아니라, 문국현을 도와주는 사람들의 진정성을 같이 봐야 한다. 김태동, 윤원배, 신봉호, 조우현. 바로 김대중과 노무현 때 중도에 밀려났던 소장 경제학자들이다. 지난 몇 년간 얼마나 렙업했는지는 모르나, 모피아에 또 밀려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 반대로, 한번 당하고 절치부심한 뒤 재도전한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읽어 볼 수는 있다. '소장 경제학자=가신 그룹'이라는 등식은 문국현의 또 다른 장점이다. 모피아와 가신에 협공당하고 전선이 정치 경제 사회 언론에 분산돼 있었던 노무현 때보다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바로 그 등식 속에서 문국현에 대한 수요를 읽을 수 있다. 이들은 소장 경제학자들이지 진보 경제학자들이 아니다. 이들이 연구하는 건 효율적인 자본주의이지, 평등과 복지의 경제가 아니다. 신자유주의를 들어엎긴 해야겠는데, 개발독재와 토목경제로 돌아가는 건 불안하니까, 하여튼 잘살게 해달라는 요구다. 한미FTA에 조건부 찬성해도, 경제 이야기만 하고 국가보안법과 한반도 평화에 아무런 비전이 없어도, 386이 문국현을 지지하는 이유다. 어차피 노무현에도 큰 불만과 후회는 없다질 않나. 큰 불만과 후회가 없는 이유라는 것이 노태우 말기 때 나오던 말과 똑같다. 그렇다면 노태우/노무현 다음에 김영삼/이명박이 오는 건 필연이다.

아직 문선본에 경제학자 말고는 없다. 이계안 원혜영은 소장 경제학 이론을 실천하는 사장님 출신일 뿐이고, 최열 정대화는 명목상 민주신당에 가 있다. 문국현이 민주신당에 들어가는 순간 그의 가능성은 끝이다. 박원순 김기식은 대선 불개입을 선언했고, 민생정치모임은 천정배의 컷오프 통과에 다걸기하고 있다. 정범구가 왔지만 임종인 김성호는 아직 독자행보 중이다. 문국현이 경제 소리만 하는 건 경제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노무현 선본의 안희정 이광재 유시민처럼 거짓말 대본이라도 써 줄 사람이 없다.

결론은? '나쁜' 사장님에 맞서는 '착한' 사장님은 착한 '사장님'일 뿐이다. 문국현이 앞으로 뜬다면 착한 '사장님'이라도 좋다는 게 지금 이곳 인민들의 눈높이라는 증거다. 당장 눈앞의 '나쁜' 사장님은 싫으니까. 그건 2002년 정몽준, 노무현을 응원할 때의 눈높이가 지금도 유효하다는 뜻이다. 문국현은 노무현을 재탕할까? 노무현 때보다 여건은 나쁘고 자질은 좋다. 여건이 나쁘다는 것은 김대중이 김영삼의 부채를 청산했듯이, 문국현은 노무현의 사건사고를 처리해야 되기 때문이다. 처리하다 지치면 변절하는 거다. 곧, 가능성은 비슷하다. 그 눈높이에 맞춰 한 번 더 속는 걸 선택한다면 그건 그들의 자유이고 소위 시대정신이다.

적어도 나는 아니다. 난 시대정신의 반영 대신 시대정신의 교체를 원한다. 노무현의 10년보다 이회창/이명박의 5년이, 그 다음 50년의 시대정신을 생각해 보면 훨씬 낫다. 차라리 그들의 선택이 다음 총선에서 개혁블록을 만드는 데 거름이 된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

요약: (민노당-사회당 단일후보가 권영길이 된다는 전제)
1. 문국현이 통합신당에 입당하거나 후보 단일화: 이명박 지지.
2. 문국현 독자후보, 개혁블록 형성: 일단 관심.

by 민형 | 2007/08/31 10:49 | 1표 attitud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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