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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얼마 전에 고래가그랬어 주주 모집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관련글을 검색하던 차에 김규항 블로그에 흘러들어갔다. 나는 김규항이 하는 90%의 발언에 적극 동의하지만, 나머지 10% 발언이 논박당했을 때 보여주는 궤변론이 아주 짜증스러워 그의 글을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도 흘러들어간 김에 훑어보다 보니 이런 글이 있었다.

말하자면 이런 상황이다. 김규항은 디까 현상과 관련해 '평론가는 생산에 기생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누군가 그 글을 분석해 '김규항은 평론가를 기생충 취급한다'고 정리한다. 그리고 분석과정은 생략된 채 '기생충 취급'이라는 명제만이 남아 회자된다. 김규항은 그 같은 현상이 께름칙하다며 스스로를 변호하고, 그 현상을 조장한 이들을 조선일보에 빗댄다.

이 논리가 얼마나 야비한지 살펴보자. 김규항의 말을 전혀 확대해석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시킨다면 우리는 노무현 경제정책을 비정규직 양산형 신자유주의라고 비판할 수 없다. 노무현은 스스로 비정규직 양산형 신자유주의라고 말한 적 없는데 "그 말을 듣는 사람은 꼼짝없이" 노무현이 그런 말을 한 줄 알 테니, 그런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없는 말을 지어내"는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명박 경제정책을 상위 5% 부자만을 위한 토건경제라고 비판할 수 없다. 그런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매번 논리적인 분석과정을 생략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러한 분석에 장문의 논증이 필요한 때가 아니라 직관적 연상만으로 충분할 때도 마찬가지다.

김규항은 이처럼 확대해석과 자기연민과 과장된 비유를 통해 상대를 인신공격하고, '평론가를 기생충 취급했던' 자신에 논리에 대해서는 굳이 해명하지 않아도 되는 면책특권을 얻는다. 그것은 '충' 한 글자를 물고 늘어지는, 그래서 합리적인 분석과 적절한 비유를 단칼에 '인용문 조작'으로 몰아붙이는 수법으로 가능했다. 참 치졸하고 속 보이는 논쟁기법이다.

by 민형 | 2007/11/30 11:58 | 1표 attitud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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